우리는 왜 매번 틀릴까?
오늘은 퀴즈로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래의 간단한 질문에 한번 대답해 보시죠.
문제 1)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① 거의 2배로 늘었다
② 거의 같다
③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비슷한 문제 하나 더 내볼께요.
문제 2) 오늘날 전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맞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① 20%
② 50%
③ 80%
바로 정답을 알려드릴께요. 1번 질문에 대한 정답은 ③ 이고, 2번 질문의 정답도 ③ 입니다.
어떠세요? 답을 맞추셨나요? 간단한 인류 보건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평소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정답을 모를 수는 있죠.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오답률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데 있습니다. 전세계 12,000명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을 때, 1번 문제에 대해 정답을 맞춘 평균은 고작 7%에 불과했습니다. 2번 문제는 겨우 13% 였습니다. 침팬지에게 이 문제의 정답을 맞춰보라고 문제를 내면 정답률은 대략 33% 정도일 겁니다. 보기문항이 3개 밖에 없으니 말그대로 찍어도 세번 중에 한번은 맞출테니까요. 왜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 침팬지보다도 답을 못맞추는 걸까요?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Factfulness> 을 읽었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스웨덴 출신의 통계학자이자 의사입니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공동 설립하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인생을 바친 세계적인 석학이죠. 안타깝게도 2017년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책은 그의 유작이 된 셈입니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란 '사실 충실성'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팩트풀니스는 사실(Fact)에 근거해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해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책입니다.
앞서의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사람들의 오답률이 이렇게까지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잘못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과도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건데요. 이것을 우리는 편향(偏向)이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Bias 라고 하죠. 편향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혹은 잘못된 방향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판단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에 의해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우리의 눈이 틀어졌다고 강조합니다. 한스 로슬링은 그 이유를 10가지의 인간의 본능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챕터에 간극본능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중간이 지배하는 세상
우리에게는 세상을 이해할 때 양극단으로 나누려는 본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걸 간극본능이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는 세상을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라는 2가지로 세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실(Fact)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중간 정도로 잘사는 나라들의 비율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대부분은 극단과 극단 사이의 중간 지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규분포는 이런 실제적이고 대표적인 세상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정규분포의 그림입니다. 실제 세상은 이런 정규분포를 띄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슈퍼맨 영화가 불편하지 않는 이유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합니다. 영화를 봐도 그렇잖아요? 좋은 편과 나쁜 편이 분명해서 좋은 편이 악당을 쳐부수는 그런 영화를 봤을 때 영화관을 나서면서 우리는 카타르시스와 편안함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그렇죠. 얼마전 <슈퍼맨>을 보았는데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독이 제임스 건으로 바뀌면서 감독 특유의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이 슈펴맨에 담겼습니다. 분위기와 느낌은 이전 슈퍼맨과 달랐지만 슈퍼맨의 핵심 주제는 하나도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던 슈퍼맨이 결국 악당에 맞서 지구와 자신을 구한다는 얘기죠. 정의가 구현된 해피 엔딩을 보며 편안한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는 극장문을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영화처럼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은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선악의 중간 어디쯤에서 적절히 타협하며 살아가죠. 극단적으로 선하거나 극단적으로 악한 이들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게 정규분포를 이루는 우리 사회의 진짜 모습입니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팩트풀니스] 중에서
왜 뉴스 사회면은 무시무시한 뉴스들로 도배되어 있을까?
사실 이런 왜곡된 시각은 우리의 본성 뿐 아니라 언론의 영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뉴스의 목적은 팩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수많은 팩트와 사실들 중에서 언론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예외적이고 충격적이며 사람들의 호기심 또는 두려움과 공포,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주로 사회면의 메인을 장식합니다. 물론 이런 이슈들이 사실(Fact)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이 예외적인 사건들이 세상의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뉴스들로 인해서 우리의 인식은 심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테러는 무서운 사건입니다. 충격적인 테러의 전황들을 뉴스로 접하면 이런 테러에 우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경각심과 두려움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테러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해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두려움과 실제적인 위험은 같지 않습니다. 이런 두려움은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이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실제적인 위험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고려가 있어야 세상을 구체적으로 더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에 기반해서 보자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우리의 인식만큼 그렇게 두려운 곳은 아닙니다.
진실은 사실에서 나온다
사실에 근거한 판단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면 오래된 지식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죠.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게 어디 누구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진실을 추구하려는 태도만이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올바른 선택의 길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진실은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한스 로슬링은 말합니다. 그리고 급격하게 변하는 것보다 천천히 변하는 것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팩트풀니스] 중에서
일독을 권합니다.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