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리더기 3개월 사용기 (장점편)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목디스크
오늘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목디스크로 거의 10년 동안 고생하고 있습니다. 요즘 목디스크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마도 제 고충을 많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게 사실 완치라는 게 없는 질병입니다. 좀 좋아진다 싶다가도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목과 어깨, 그리고 손목에서 저릿한 통증이 시작됩니다. 목디스크는 잘 달래가며 관리하는 질병이라 여기고 무던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목스크 때문에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 불편한 게 참 많습니다. 제 책상이 아닌 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기 어렵습니다. 책상에서 일을 하려면 손목과 목, 그리고 어깨 사이의 적절한 각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게 어긋나는 카페 같은데서 노트북으로 오래 일하다 보면 열에 일곱은 목디스크가 알림을 보냅니다. 통증이 시작되는 거죠.
왜 이렇게 제 목디스크에 대해서 오래 말씀을 드렸냐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독서가 거의 유일한 취미이다 싶을 만큼 항상 책을 가깝게 두는 편입니다. 수요레터에도 책이야기를 많이 드리는 이유도 제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해서 입니다. 그런데, 목디스크 때문에 책을 집중해서 읽는 게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책을 오래 읽을 수가 없습니다. 독서대에 올려놓고 읽어도 고객가 숙여지는 자세는 피하기 어렵죠. 책상에 앉아 책읽는 것이 불편해서 소파에 앉아 책을 최대한 눈의 높이에서 들고 읽기도 하는데, 그럴 땐 손목과 어깨가 힘듭니다. 아주 가벼운 책은 괜찮지만, 조금 무게가 있는 책들은 오래 들고 있기 어렵거든요.
좋아하던 책을 편하게 읽지 못하는 게 저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억울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결국 방법을 찾았죠.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게 되니 충분히 가볍고 목도 많이 불편하지 않더라구요. 책상에 앉아서는 모니터 화면으로 전자책을 읽습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커다란 화면으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아주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래서 목디스크에 걸린 이후에는 종이책을 많이 사지 않게 되었구요. 전자책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같은 구독형 방식으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 목상태를 고려하면 최선의 방법이었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보게 되면..
그런데 전자책을 스마트폰과 PC에서 보게 되면서 또 다른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제대로 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게 되면 수시로 울리는 알람이 독서를 방해합니다. 책의 내용이 조금만 지루하고 어렵다 싶으면 딴짓을 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PC도 거의 비슷한 상황입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서 독서라는 행위에 집중하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책을 정말 좋아하지 않고서는.. 수 많은 유혹을 견디기 쉽지 않죠. 독서라는 행위가 사실 유튜브나 음악을 들을 때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과 PC는 책읽는 행위를 하기에는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결국 이북리더기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이북리더기를 검토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꽤 많은 종류의 이북리더기가 있더군요. 사이즈와 종류도 다양하고 말이죠. 하지만 저에겐 이북리더기 선택에 있어 나름 명확한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사이즈는 최대한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여야 한다는 점이었죠. 지하철이나 소파에 앉아서 이북리더기를 들고 책을 읽을 때 목이나 손목에 부담이 없는 사이즈와 무게여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선택의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특정 책 플랫폼에 종족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여러 전자책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여야 했습니다. 가급적이면 해상도가 좋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화면도 작은데, 해상도도 낮으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질 테니 말이죠. 이런 조건으로 선택의 폭을 좁히다 보니 결국 이 모델을 사게 되었습니다.
특정 이북리더기를 홍보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용하다 보니 제품 자체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른 제품이 더 좋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암튼 이북리더기를 사서 사용한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한번 정리해 볼까 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책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북리더기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기기입니다. 하려면 브라우징도 가능하고, 다른 앱도 깔아서 쓸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해보면 아실 테지만 더럽게 느리고 무엇보다 E-ink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화면을 로딩하는 데 엄청한 버퍼 증상을 유발합니다. 유튜브는 절대 볼 수 없을 정도이구요. 또 화면이 흑백이라는 점 때문에 굳이 이북리더기로 다른 짓을 하지 않게 됩니다. 써보면 아십니다. 결국 이북리더기 본연의 기능, 책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이건 약간 의지의 영역이긴 하지만, 화장실에 갈 때 스마트폰 대신에 이북리더기를 들고 들어가려 노력합니다. 요즘 치질의 가장 큰 원인이 스마트폰인 건 알고 계시죠? 5분, 10분 화장실에 앉아 있게 만드는 게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기란 너무 쉽습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제 생각엔 이북리더기 입니다. 화장실에서 나가야할 적당한 시점을 이북리더기는 알려 줍니다. 알림 같은 방법은 아니고 암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건강에 좋습니다. 다리도 저리지 않구요.
재가 이북리더기를 선택할 때 명확한 조건 중 하나가 가벼워야 한다는 점이었죠. 제가 산 모델은 6인치 모델입니다. 무게는 145g에 불과하죠. 요즘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6인치라 한 손에 쏙 들어가구요. 물론 6인치 제품은 화면이 좀 답답합니다. 더 시원한 화면을 원하시면 7인치나 10인치 제품들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되면 무게가 올라갈 수 밖에 없죠. 전 아이패드도 가지고 있는데요, 무게 때문에 절대 한 손에 들고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로는 전자책을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여튼 이북리더기의 이런 경쾌한 가벼움은 제가 선택한 사이즈 이북리더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보다는 가로 길이가 긴편이라서 간혹 바지 뒷주머니에 안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뭐 그래도 충분히 좋은 휴대성입니다. 가방에 쏙 넣어도 좋구요. 이제 외출할 때다마 이북리더기는 필수 휴대품이 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잠들기 전에 잠깐 핸드폰 만지작 거리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쇼츠들을 스크롤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번 여기에 빠지만 나오기가 쉽지 않죠. 개미지옥 같습니다. 5분만 잠시 보려고 했는데, 30분, 1시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에 자괴감이 느껴지죠. 그렇고 그냥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도 바로 오지 않아서 뒤척거리게 되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바로 이북리더기가 딱 입니다. 잠자리의 다정한 친구로 손색이 없습니다. 몰론 저가형 이북리더기 중에서는 내장 조명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만약 이북리더기를 구매하려고 생각하신다면 내장 조명은 반드시 있는 모델로 사시라 추천드립니다. E-link 방식은 자체 발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장 조명이 없으면 빛이 없는 곳에서는 가독이 불가능합니다. 아무튼 이북리더기를 들고 잠자리에 들면 5분 이내에 잠이 듭니다. 거의 보장합니다. 물론 책종류를 추리소설이나 그런 류를 읽으시면 안됩니다. 가급적이면 어려운 철학책 추천 드립니다. 정말 확실한 수면제입니다.
E-ink 디스플레이 방식은 마이크로캡슐 안에 검은색과 흰색 입자를 전기로 선택해서 화면을 표시합니다.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합니다. 정말 마치 종이 같습니다. 쨍한 선명함은 없지만 편안하게 전자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이북리더기의 존재 이유는 E-ink 디스플레이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북리더기에서 E-ink 디스플레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E-ink 방식의 느린 반응, 컬러를 표현하기 어려운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을 읽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디스플레이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매우 저전력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한번 충전하면 저같은 경우엔 4~5일 정도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햇빛이 강한 외부에서도 아주 잘 보입니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다 생각하면 됩니다. 너무 좋습니다.
3개월동안 이북리더기를 사용한 저만의 장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북리더기에는 장점만 있을까요? 그럴리가요. 수많은 단점과 불편함이 존재하는 게 이북리더기 입니다. 스마트폰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 목적의 장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같이 들고 다니는 거라 스마트폰에 비해 불편함이 수시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전자책이라고 하는 매체의 한계도 요즘 많이 피부에 와닿습니다. 며칠 전 부산에 다녀오면서 F1963 이라는 곳에 들렀는데, 거기에 yes24 중고매장이 있었어요. 거기서 한참을 머물며 둘어보면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왜 종이책이 좋은지를요. 그래서 다음 번 수요레터에서는 이북리더기의 단점 그리고 근본적으로 전자책의 단점과 한계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