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레터 209회]
실패를 통과하는 일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실패의 경험을 책으로 내는 일이란

회사를 이제 정리해야 겠다.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며, 소멸을 불러오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서 흘려보내리. 두려움이 지나가면 마음의 눈으로 그 길을 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없이 나만 남으리
2015년 나는 미디어 / 콘텐츠가 너무 좋았고, 콘텐츠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창업을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의 나는 엉뚱하게도 채용 사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도데체 어디에서부터 잘못 꼬인 걸까?
결국 창업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업의 10년 과정 속에서 중요한 고비들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각 챕터의 구조도 독특한데, 챕터의 시작은 당시의 상황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시간 순으로 정리를 해나갑니다. 그리고는 그 때 상황들을 돌이켜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후회, 그리고 깨달았던 지점들을 풀어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과 깨닮음이 각 챕터의 주제에 맞춰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정리한 각 챕터의 처음 부분들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창업의 시작과 성장, 실패과 견뎌냄의 과정들을 가감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솔직해진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참 힘겹습니다. 어쩔 수 없이 레이오프를 해야하는 과정도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결국 끝을 향해 가는 그 과정도 지난하고 고통스럽구요. 그 힘겨운 시간을 어찌 견뎌 내었다 싶어 짠합니다.
결국 박소령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고,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10년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10년 동안 박소령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더 큰 시장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일하는 것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잠깐은 할 수 있어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내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하나로 응축한다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 10년의 여정’ 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 이야기
저 역시 그렇습니다.
7년의 시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결국 내 핏에 맞는 업은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죠.
아무 것도 모르고 덜컥 창업을 했던 시작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비즈니스의 소통과 연결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몇 년을 헤매며 내게 창업은 맞지 않아라고 포기하려는 순간 한번의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그건 코로나 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세미나나 컨퍼런스가 불가능해 졌고, 온라인 세미나라는 서비스가 엄청난 각광을 받으며 성장했죠. 그렇게 그 기회를 잘 잡아, 사업의 몰고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사업은 성장했습니다. 직원도 늘었고, 사업장과 스튜디오도 확장해서 압구정으로 이전도 했습니다. 사업 파트너들도 많이 있었고 일은 끊이지 않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코로나가 끝났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니 언제 그랬나 싶게 온라인 세미나의 수요가 거의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웨비나 서비스 운영에만 모든 역량을 쌓아왔던 터라 외주 온라인 세미나 문의가 없어지자 회사의 매출은 순식간에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영업을 해도, 사라진 시장의 수요를 다시 만들어 낼 수는 없었죠.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며, 결국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주 문의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브랜딩만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잇츠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리고도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없는 브랜드를 알아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로 나는 먹고 살 수 있을까? 이 일은 내가 좋아하고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 일은 나에게 맞는 일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했습니다.
이후의 3년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박소령 대표의 에필로그와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과정이 바로 창업의 여정입니다.

배울 수 있다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는 참 좋은 책입니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누구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그 힘겨운 과정이 결국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하는 여정이었음을 깨닫는 마무리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실패를 통과하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것이고,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정은 끝나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결코 실패는 실패가 아닌 겁니다.
촌장 드림